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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술

[전문기술] 멍게 추출 ‘항암 치료제’의 숨겨진 메커니즘 찾았다

by 과학 몰빵 입수 ( 과몰입) 2024. 3. 13.

[전문기술]  멍게 추출 ‘항암 치료제’의 숨겨진 메커니즘 찾았다

 

 

일반적인 항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주로 암세포의 DNA를 공격해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암세포도 이에 대응해 약물로 인한 DNA 손상을 복구하는 기능을 활성화해 스스로 회복한다. 항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단장 명경재) 올란도 쉐러(Orlando D. SCHÄRER)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의 샤나스털라(Shana STURLA)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암세포의 DNA 회복을 막아 항암 치료에 활용되는 약물 ‘트라벡테딘’의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 암세포의 DNA 복구 기전에 따른 맞춤형 치료로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트라벡테딘은 카리브해 멍게 엑티나시디아 터비나타(Ecteinascidia turbinata)에서 최초로 추출된 항암 약물이다. 대부분의 항암 치료에 사용되는 DNA 손상 유발 약물과 달리, DNA 복구 능력이 활발한 암세포에 대해 더욱 독성을 나타내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트라벡테딘이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항암 작용을 발휘하는지 명확한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못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DNA 단일 가닥 절단까지도 미세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고효율의 ‘코멧(COMET) 칩’ 실험으로 트라벡테딘의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자외선에 의한 DNA 손상은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ucleotide Excision Repair; NER) 과정을 거쳐 곧 복구됐지만, 트라벡테딘에 의한 DNA 손상은 복구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진은 트라벡테딘에 의해 손상이 복구되지 않고 세포 독성이 나타나는 현상을 DNA 복구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인 ‘전사 결합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Transcription-Coupled Nucleotide Excision Repair; TC-NER)’가 활발한 세포에서 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TC-NER 과정은 DNA의 전사 중 손상된 DNA 부분을 인식한 뒤, 손상 부위에 다양한 복구 단백질이 모여 복합체를 형성한다. 그 후, 색소건피증 단백질-F(XPF)와 색소건피증 단백질-G(XPG)에 의해 손상된 부위가 절단되고 제거되며 점차 복구하게 된다. 그러나 트라벡테딘은 TC-NER 과정 중 색소건피증 단백질-G(XPG)에 의한 DNA 절단 작용을 막아 복구 과정을 억제한다. 이로 인해 DNA 복구가 불완전한 상태로 남게 되어, 최종적으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나아가, 연구진은 DNA 손상 부위를 유전체 전반에 걸쳐 확인하는 시퀀싱 방법(TRABI-Seq)을 통해 트라벡테딘에 의해 유발된 DNA 손상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정보는 트라벡테딘이나 다른 항암제가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TC-NER이 활발한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환자 개개인의 암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손국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트라벡테딘의 작용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라며, “특정 암세포 유형에 대한 트라벡테딘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와 같은 발견은 앞으로 트라벡테딘을 포함한 항암 치료제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한 전략 개발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6.6)에 2024년 2월 15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저널/저자
Trabectedin derails transcription-coupled nucleotide excision repair to induce DNA breaks in highly transcribed genes / Nature Communications (2024)

저자정보
Kook Son, Vakil Takhaveev, Visesato Mor, Hobin Yu, Emma Dillier, Nicola Zilio, Nikolai J. L. Püllen, Dmitri Ivanov, Helle D. Ulrich, Shana J. Sturla*, and Orlando D. Schärer*


연구 이야기

 

[연구 과정]

본 연구는 트라벡테딘의 DNA 상호작용과 그로 인한 세포 내 절단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밝혀냈다. 첫 단계로 고효율 코멧 칩 분석을 통해 트라벡테딘에 의해 유발된 DNA 손상을 세밀하게 탐지했다. 이를 통해, 트라벡테딘의 세포 독성이 전사 결합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TC-NER) 경로의 핵심 구성 요소인 XPF의 활성에 의존하고, XPG의 활성에는 의존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 연구는 TRABI-Seq 기법을 통해 유전체 전반에 걸쳐 트라벡테딘 유발 단절의 위치를 매핑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특히 활성 유전자의 전사 시작 지점과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DNA 손상 위치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는 트라벡테딘의 작용이 DNA 복구가 활성화된 유전자를 타겟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성과 차별점] 

1. 트라벡테딘의 독특한 작용 메커니즘 규명: 대부분의 암 치료에 사용되는 DNA 손상 유발 약물과 달리, 트라벡테딘은 높은 복구 능력을 가진 세포에서 더욱 독성을 나타내는, 즉 높은 TC-NER 활동이나 일반적으로 완전한 DNA 복구 기제를 가진 종양을 치료하는데 유망한 약물이다.

2. TC-NER 유발 독성의 메커니즘 연구: 고효율 코멧 칩 분석을 사용하여 트라벡테딘이 TC-NER 의존적 방식으로 세포에 지속적인 DNA 단절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트라벡테딘-DNA 부가물이 XPG에 의한 손상복구를 차단하여 지속적인 DNA 단절을 초래한다는 모델을 제시한다.

3. TRABI-Seq를 통한 단절 매핑: 본 연구는 TRABI-Seq라고 불리는 시퀀싱 접근 방식을 통해, 트라벡테딘 유발 단절이 주로 높은 전사 활성을 가진 유전자 영역에서 형성되며, 다양한 전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트라벡테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TC-NER 활동 및 종양 취약성을 프로파일링하는 데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4. 정밀 의학에의 응용 가능성: TRABI-Seq은 종양의 TC-NER 활동을 프로파일링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특정 종양이 트라벡테딘과 같은 약물에 대해 치료적으로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일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TRABI-Seq은 암세포의 종양 유전자 발현 패턴을 특성화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다. 이는 유전자 단절 수와 유전자 발현 수준이 강하게 상관 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연구계획]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TRABI-Seq 기법을 활용하여 다양한 암 유형에 대한 트라벡테딘의 효과를 더욱 광범위하게 평가할 계획이다. 특히, TC-NER 경로의 활성화 정도가 높은 종양에서 트라벡테딘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트라벡테딘과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이 암 치료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구는 트라벡테딘의 치료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정밀 종양학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1] 항암제 트라벡테딘
트라벡테딘은 카리브해 멍게 엑티나시디아 터비나타(Ecteinascidia turbitana)에서 최초로 추출된 항암 약물로, 세포독성 DNA 부가물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약물은 연조직육종과 난소암 치료에 사용되며, 대부분의 항암제와는 달리, DNA 복구기능이 활성화된 세포에서 그 효과를 완전히 발휘한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그림 2] 코멧(COMET) 칩 시험을 통한 DNA 단절 측정.
연구팀은 코멧(COMET) 칩 시험을 통해 트라벡테딘 유도 DNA 단절을 측정했다.
각각의 녹색 점은 단일 세포 핵을 나타내며, 핵에서 나오는 꼬리의 길이와 꼬리 내 전체 DNA의 비율은 형성된 단절의 수와 비례한다. (왼쪽) 자외선(UV) 처리 후, UV에 의한 손상은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ER)에 의해 DNA에서 제거 및 복구되므로 조금의 단절만 남아있다.
(가운데) 트라벡테딘 처리 후, 중단된 NER 반응으로 인해 DNA 단절이 지속됨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단절은 NER에 의존적이며, (오른쪽) XPF 유전자가 비활성화된 TC-NER 결핍 세포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그림 3] 트라벡테딘 유도 TC-NER에 의한 단절 형성 및 TRABI-Seq에 의한 단절 위치 확인 메커니즘 요약.
트라벡테딘-DNA 부가물은 TC-NER에 의해 인식되어 XPG 엔도뉴클레아제의 절단을 막음으로써 NER 반응의 실패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XPF에 의한 지속적 단절을 발생시킨다. TRABI-Seq(TRABectidin-Induced break sequencing; 트라벡테딘 유도 단절 시퀀싱)은 이러한 단절들을 유전체 전반에 걸쳐 확인하는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지속적 단절의 분포는 주로 고도로 전사되는 유전체 영역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법은 앞으로 다양한 암 세포의 유전체에서 트라벡테딘이 DNA 단절을 유도하는 방식을 파악하고, TRABI-Seq을 암 치료의 진단 도구로 개발하기 위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출처 : B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