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 칠한 지 수십 년이 지난 페인트도 여전히 인체에 유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김태영 교수 연구팀은 페인트에 분산제로 첨가되는 성분이 수십 년 후에도 토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 분산제: 계면활성제의 한 종류로, 물과 기름처럼 원래대로라면 서로 섞이지 않는 것을 섞는 성질을 가진 물질입니다.
국내에서는 페인트 속 미세플라스틱이 토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유럽화학물질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페인트는 토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중 2위를 차지할 만큼 그 양이 상당해 관련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어 만들어지거나, 상업 및 공업 용도로 생산된 크기가 5 mm 이하이고, 1 nm 이상인 고체형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한다.
연구팀은 건물 외벽의 페인트가 벗겨지면서 생기는 미세한 입자들이 토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1950년대 건물의 외벽 페인트가 그대로 남아 있는 구 동독 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오래된 집들의 벽에서 떨어져 나온 페인트 조각들을 주워 모은 뒤 이를 다시 미세한 입자로 분쇄하여 그 크기에 따라 다섯 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나눈 각각의 분말들이 선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였다.
*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흙 속에 사는 몸길이 1mm정도의 아주 작은 벌레로, 식물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토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페인트 가루는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이 나타났으며, 독성의 세기는 페인트 가루의 색깔과 크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페인트 가루가 토양에 1% 정도 섞인 경우, 예쁜꼬마선충의 자손 수가 최대 약 60%까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이처럼 독성에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페인트에 분산제로 첨가되는 알킬아민 때문임을 질량분석법을 이용해 밝혀냈다. * 알킬아민(Alkyl amines): 아민은 질소 원자를 가진 염기성 작용기와 화합물을 말하며, 암모니아의 유도체로서 수소 원자가 들어갈 자리에 탄소 사슬이 치환된 형태를 알킬아민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토양에 알킬아민이 100만분의 1인 25ppm정도 포함될 경우,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태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외벽 페인트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토양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증거"라며 "시간이 지나 페인트 가루가 잘게 부서지면 페인트 표면적 증가로 독성 첨가제가 더 많이 유출돼 지금보다 훨씬 큰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런 페인트의 특성을 고려해 페인트 첨가제에 대한 규제 정책을 보완하고, 첨가제를 보다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김태영 교수와 송우영 박사후연구원이 주도하였으며, 베를린자유대학교의 김신웅 박사후연구원과 Matthias C. Rillig 교수, 브라질 상카를루스연방대학교의 Walter R. Waldman 교수가 국제 공동 연구자로 참여하였다.
해당 논문은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환경분야 저명 학술지인 '환경과학기술'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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