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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술

[전문기술] DNA 기반 나노모터 소개 및 연구동향

by 과학 몰빵 입수 ( 과몰입) 2024. 5. 24.

[전문기술]  DNA 기반 나노모터 소개 및 연구동향

 

1. 나노모터의 개요

2. DNA 나노모터의 작동 원리

  가. DNA 가닥 치환(strand displacement)

  나. DNA의 2차 구조

  다. DNA 효소(DNAzyme)

3. DNA 워커(walker) 및 트위저(tweezer)

  가. DNA 워커

  나. DNA 트위저

4. DNA 오리가미 기술을 이용한 나노모터

  가. DNA 오리가미(origami) 기술의 개요

  나. 양방향 회전 로터

  다. 래칫 매커니즘을 이용한 단방향 회전 로터

  라. 터빈 구조

  마. 반복 운동이 가능한 트위저 구조

5. 결론

 

본문

 

 

1. 나노모터의 개요

 

  모터(motor)란 넓은 의미에서 에너지를 통해 일을 할 수 있는 장치를 통칭한다. 모터는 크기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특히 나노 스케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매크로 스케일과는 다른 설계 방법과 작동 원리가 요구된다. 또한 나노 스케일에서는 브라우니안(Brownian) 운동으로 인해 무작위적인 움직임이 발생하므로, 나노모터는 이를 극복하여 특정 방향의 운동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는 나노 스케일에서 동적인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서 화학분자의 이성질화(isomerization) 원리를 이용하거나, 캐터네인(catenane), 로탁세인(rotaxane)과 같이 기계적으로 연결된 분자(mechanically interlocked molecules)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자를 만드는 것은 복잡한 합성 공정이 필요하고 작동하는 범위가 작은 한계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만들고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어 쓰임이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우면서도 나노 스케일에서 유용한 동적 운동을 얻을 수 있는 나노모터 제작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었다.

  본 보고서에서는 DNA를 이용하여 나노 스케일에서 작동하는 모터를 만드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다양한 종류의 DNA 나노모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DNA는 잘 알려진 것처럼 4종류의 염기인 아데닌(adenine), 티민(thymine), 구아닌(guanine), 사이토신(cytosine)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데닌과 티민, 구아닌과 사이토신 염기 간에는 상보적인 수소결합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염기 서열이 프로그래밍된 DNA 가닥들은 서로 지정된 짝끼리 결합이 가능하며,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여 나노 스케일에서 동적인 매커니즘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이중가닥 DNA의 한 염기쌍의 길이는 0.34 나노미터, 지름은 2나노미터 내외로, DNA는 나노 재료 중 복잡한 형상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유용한 재료로 손꼽힌다. 또한 DNA는 수용액 상에서 적절한 온도 및 이온농도 조건에서 스스로 결합이 이루어지는 자기조립(self-assembly)이 가능한 재료로, 염기서열이 설계된 DNA 가닥들을 한데 넣고 섞어주기만 하면 비교적 손쉽게 사용자가 원하는 형상과 기능을 갖는 나노 구조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하여 DNA 나노모터를 작동시키는 과정에서도 DNA/RNA 가닥, 효소, pH 변화, 온도, 이온 농도 등 다양한 작동원리를 도입할 수 있어 강점을 가진다.

 

2. DNA 나노모터의 작동 원리

 

상보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염기서열을 통해 이루어지는 DNA 가닥들 사이의 결합 및 분리 과정은 그 자체가 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 환경을 조절하여 가닥의 결합 여부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DNA의 동적인 특성을 활용하여 나노 스케일에서 작동하는 DNA 기반 분자기계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나노 스케일에서의 움직임은 크게 선형(linear) 및 회전(rotary) 운동으로 나눌 수 있으며, DNA 나노모터 중 선형 운동을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는 DNA 워커(walker), 회전 운동을 구현한 것은 DNA 로터(rotor) 등이 있다. 해당 매커니즘을 살펴보기 전 우선 DNA 나노모터의 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DNA 가닥 치환(strand displacement)

 

DNA가 가진 염기서열 특이성이라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특정 DNA 가닥을 넣어주는 방식으로 나노모터를 작동시키는 방식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림 1에서 빨간색과 파란색 DNA 가닥의 중간 부분은 상보적으로 결합되어 이중 가닥을 구성하고 있다. 이때 토홀드(toehold)라 불리는 3*영역 및 이중가닥 영역인 2*영역과 상보적인 서열을 갖는 녹색의 A가닥을 넣어주게 되면, 파란 가닥과 녹색 가닥이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원래 결합해 있었던 빨간 가닥을 밀어내고 새로운 이중가닥을 형성하게 된다. 토홀드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DNA 가닥 치환 현상을 이용하면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던 DNA 가닥을 분리하면서 구조의 변형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나노모터를 구현할 수 있다.

 

 


[그림 1] DNA 가닥 치환 현상의 개요 

출처 : D. Yu et al., Nat. Chem. 3, 103 (2011)

 

나. DNA의 2차 구조

  G-quadruplex는 구아닌이 많이 포함된 단일, 혹은 여러 개의 DNA 가닥이 결합하여 가질 수 있는 형태로, 네 개의 구아닌 염기가 후그스틴(Hoogsteen) 결합을 통해 4중가닥 구조로 연결되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i-motif(intercalated motif)는 사이토신 염기들 사이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며, 산성 상태에서 안정화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DNA의 2차 구조들은 pH, 이온농도, 상보적 가닥 등 외부 자극을 통해 구조를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 DNA 가닥 양 끝 사이의 거리가 달라진다. DNA 가닥 양쪽 끝에 형광물질 쌍을 부착하고, 거리의 변화를 통해 형광 신호의 특성이 달라지는 FRET(Förster resonance energy transfer) 원리를 이용하면 이와 같은 DNA 나노모터의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DNA 가닥이 펼쳐지며 길이가 달라지는 이러한 시스템은 단독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나, 후술할 다른 DNA 모터 시스템에 결합되어 모터를 작동시키는 매커니즘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림 2] G-quadruplex 및 I-motif를 이용한 DNA의 동적인 움직임 

출처 : M. Beissenhirtz et al., Org. Biomol. Chem. 4, 3392 (2006)T. Liedl et al. Nano Lett. 5, 1894 (2005)

 

다. DNA 효소(DNAzyme)

 

DNA 효소는 특정 염기서열을 가진 단일가닥 DNA로, 다른 RNA나 DNA를 자르는 등의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면 연료 가닥을 넣어줬을 때 발생하는 화학 작용을 매개로 동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를 설계할 수 있다. 연료(fuel)와 반연료(antifuel) 가닥을 번갈아 가며 넣어줘야 하는 가닥 기반의 구동 시스템과는 달리, DNA 효소를 이용할 경우 연료 가닥이 떨어질 때까지 가닥의 결합, 절단, 분리 과정이 반복되면서 계속 작동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반응이 끝나고 남는 부산물(waste) 가닥을 분해효소 등을 이용해 없애면 부산물의 축적을 막아 시스템의 효율을 더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J. Bishop et al., Nano Lett. 7, 2574 (2007)).

 

3. DNA 워커(walker) 및 트위저(tweezer)

 

가. DNA 워커

 

자연계에 존재하는 키네신(kinesin)과 디네인(dynein)과 같은 운동 단백질은 미세소관 위에서 ATP를 이용하여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나노모터로, 이러한 특성을 모방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DNA 워커는 상보적인 DNA 가닥 사이의 결합 및 분리를 반복해 가며 정해진 트랙 위를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매커니즘이다. DNA 워커가 걸어다니는 트랙의 경우 DNA로 타일을 만들거나, 탄소나노튜브, 나노입자 등 다른 물질 위에 DNA 가닥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만들며, 후술할 DNA 오리가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평면을 이용하는 방식 또한 사용된다.

DNA 워커는 하나의 가닥만이 걸어다닐 수 있는 단족보행(unipedal) 매커니즘에서 출발했으나, 이동거리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개의 다리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multipedal)으로 발전되어 왔다. DNA 워커에는 앞서 소개한 다양한 구동 원리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자극을 통해 작동 과정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림 3에는 DNA 효소 및 광분해 분자를 이용한 DNA 워커 시스템이 소개되어 있다. 왼쪽 시스템은 RNA를 자르는 DNA 효소를 이용하여 CdS 나노입자를 탄소 나노튜브 위에서 운송한 사례이다. DNA 효소를 포함하는 E 가닥은 RNA 가닥(S1)을 분해하여 짧은 P1과 상대적으로 긴 P2 가닥을 만들어 낸다. P1 가닥은 약한 결합력으로 인해 떨어져 나가고, P1과 결합해 있던 부분은 열적인 진동을 통해 움직이며 인접한 S2 RNA 가닥과 결합을 시작한다. E 가닥은 곧 P2가닥에서 분리되어 S2 가닥과 완전히 결합하고, 다시 DNA 효소의 활동이 시작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나노입자를 정해진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오른쪽 예시는 트랙에 설치된 DNA 가닥 백본에 다이설파이드(disulfide) 결합을 만들어 두고, 350 나노미터 파장에서 광분해를 촉진하는 피렌(pyrene) 분자를 이용하여 인접한 가닥으로 옮겨 다닐 수 있는 광자극 기반 DNA 워커이다.

 

이와 같이 DNA 워커를 작동시키는 위해 연료-반연료 DNA, miRNA, 효소, 단백질 등 DNA와 결합하는 다른 물질을 사용하거나, 광자극, pH 등의 외부 환경 변화를 활용하는 등 매우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어 왔다. 다만 DNA 나노워커는 가닥이 붙고 떨어지는 과정을 매우 여러 차례 반복해 나가는 작동과정의 특징으로 인해 운동 속도가 느리고 반응을 정확하게 통제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으며, 워커 가닥의 농도가 낮거나 작동 단계가 복잡해질 경우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 트랙에 설치된 DNA 가닥의 간격을 정확하게 조절하기 어려워 DNA 워커가 이탈하는 디레일(derail)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J. Chen et al., Trends Anal. Chem. 120, 115626 (2019))

 


[그림 3] DNA 효소를 이용해 전진하거나 광자극을 통해 진행을 조절할 수 있는  DNA 나노워커 시스템 

출처 : T.-G. Cha et al., Nat. Nanotechnol. 9, 39 (2014) M. You et al., Angew Chem. 51, 2457 (2012)

 

 

나. DNA 트위저

트위저는 끝을 오므리고 펼 수 있는 장치로, 나노 스케일의 트위저는 분자 사이의 거리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림 4 왼쪽에 소개된 DNA 트위저를 살펴보면, A가닥 양 끝에는 FRET 형광 쌍이 부착되어 있으며, 가닥 B와 C는 A 가닥의 절반 정도에 각각 부착될 수 있는 염기서열을 갖고 나머지 부분은 단일가닥 DNA 상태로 구성된다(파란색 및 초록색 부분). 연료 가닥(F)이 들어오면 B와 C 가닥과 결합하면서 A가닥 양 끝 사이의 거리를 매우 가깝게 하고 이를 통해 FRET 신호를 발생 시킬 수 있다. 닫힌 트위저를 열기 위해서는 반연료 가닥을 넣어야 하며, 연료 및 반연료 가닥을 번갈아 넣는 방식을 통해 시스템을 가역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그림 4 오른쪽의 DNA 트위저는 E와 F가닥으로 구성되는데, E가닥에는 DNA 효소 시퀀스가 포함되어 있어 RNA 가닥을 자르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연료인 S가닥이 없는 상태에서는 단일가닥 상태인 E가 엔트로픽 효과에 의해 뭉쳐 있으면서 트위저가 닫혀 있고, 연료를 넣어 주면 트위저가 열리면서 E가닥에 있는 DNA 효소가 반응을 시작하여 S가닥을 S1과 S2로 절단하게 된다. 결합력이 약해진 두 개의 가닥은 트위저에서 분리되며, 이러한 반응은 연료인 S가닥이 존재하는 동안 계속 반복되며 트위저가 작동하게 된다.

 


[그림 4] 연료 가닥 및 DNA 효소로 작동하는 DNA 트위저 시스템 

출처 : B. Yurke et al., Nature 406, 605 (2000) Y. Chen et al., Angew. Chem. 43, 3554 (2004)

 

4. DNA 오리가미 기술을 이용한 나노모터

 

가. DNA 오리가미(origami) 기술의 개요

 

오리가미란 종이접기를 뜻하는 일본어로, DNA 오리가미는 긴 DNA 가닥을 원하는 모양으로 접어 원하는 형상을 가진 나노구조체를 만들기 위한 제작기법을 말한다. DNA 오리가미 나노구조체는 M13 박테리오파지에서 추출한 긴 단일가닥 DNA를 지지체(스캐폴드)로 사용하여, 스캐폴드의 특정 부위에만 달라붙도록 염기서열이 설계된 최대 수백 종류의 짧은 올리고 DNA(스테이플)가닥들을 한데 섞어준 후 자기조립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그림 5).

앞서 살펴본 몇 가닥의 DNA만을 이용한 시스템과는 달리, DNA 오리가미 구조체는 7000 염기쌍 이상의 크기를 가지고 있어, 작은 DNA 나노모터와 비교하면 수백 배 이상 크기가 커질 수 있다. 또한 스테이플 DNA들의 염기서열을 자유자재로 설계해 가며 스캐폴드를 다양한 형태로 접을 수 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형상의 종류와 복잡도가 훨씬 높아진다. 따라서 가닥 단위의 DNA 나노모터는 수 나노미터 이내에서 단순한 운동만이 가능하지만, DNA 오리가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나노모터는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에 달하는 큰 직선 및 회전 운동을 구현할 수 있으며, 논리 연산의 결과에 따라 작동시키는 등 보다 복잡한 형태의 구동도 가능하다. 또한 가닥 단위의 모터를 작동시키는 데 사용한 매커니즘을 DNA 오리가미 기반 모터에서도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므로, DNA/RNA 가닥, 압타머, pH, 광자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림 5] 스캐폴드 DNA 오리가미 기술의 개요 

출처 : P. Rothemund, Nature 440, 297 (2006),  K. Sanderson, Nature 464, 158 (2010)

 

나. 양방향 회전 로터

 

박테리아의 편모 모터와 ATP 합성효소 등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회전운동 장치이다. DNA 오리가미 기술을 통해 크고 복잡한 나노 구조체를 만들고 몇 개의 오리가미 구조체를 조립해 보다 큰 구조체를 만들 수도 있게 되면서, 기존의 작은 DNA 나노모터로는 어려웠던 큰 변위의 회전운동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림 6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DNA 오리가미 구조체로 구성된 로터(파란색)에는 클램프 유닛(빨간색)이 붙어 있어, 이 부분이 본체(흰색) 유닛에 있는 요철부와 ㄴ운동만 가능한 장치를 설계하였다. 긴 레버 모듈을 로터에 추가로 붙여 회전 반경을 최대 550 나노미터까지 만든 후, 구조체를 유리 기판에 부착하고 형광 현미경 이미징을 통해 회전 운동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회전 운동을 구현한 초기 연구에서는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할 수 있도록 걸림쇠 기능을 하는 래칫(rachet) 매커니즘을 구현하지 못해, 로터의 회전 방향을 통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림 6] DNA 오리가미를 기반으로 한 회전 장치의 개요도 

출처 : P. Ketterer et al., Sci. Adv. 2, e1501209 (2016)

 

다. 래칫 매커니즘을 이용한 단방향 회전 로터

 

DNA 나노기술을 통해 브라우니안 운동이 갖는 무작위성을 극복하고 방향성을 갖는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22년 Simmel 및 Dietz 그룹은 래칫 구조를 설계하여 생물학적 모터와 같은 방향성 회전 운동을 구현하였다(그림 7). 이번에는 회전체(노란색)가 결합하는 부분을 삼각형으로 만들고(파란색), 여기에 래칫 기능을 수행하는 18나노미터 길이의 장애물 구조를 약 50도 각도로 솟아오르게 설계하여 한쪽 방향만으로의 회전을 가능하게 했다. 일련의 실험을 통해 기구 설계 및 작동 방식을 최적화한 결과 0~60볼트, 1~100헤르트 범위의 교류 전류를 가해주는 방식으로 나노모터를 작동하여 최대 250 RPM 및 10 pN·nm 의 토크를 달성하였다.

 


[그림 7] 래칫 메커니즘을 도입한 DNA 로터 장치 

처 : A.-K. Pumm et al., Nature 607, 492 (2022)

 

라. 터빈 구조(turbine movement)

 

방향성을 갖는 회전을 위해 터빈 블레이드처럼 회전하는 형태의 날개를 제작한 연구 또한 최근에 보고되었다(그림 8). 이 연구에서는 DNA의 이중 나선 형태가 가진 방향성을 이용하여 구조적 비틀림이 발생하게 되는 위치로 DNA 가닥들을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오른손 방향으로 비틀린 24~27 나노미터 길이의 DNA 나노터빈을 설계하고, 여기에 긴 번들을 부착하여 실리콘 나이트라이드(SiN)로 만들어진 나노포어 사이에 설치했다. 이 나노모터는 막 사이에 NaCl 염농도의 차이를 두거나, 직류 전압을 걸어주는 방식으로 작동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DNA 나노터빈 블레이드에서 발생하는 유체의 회전을 통해 약 10 RPM의 최대 회전속도 및 수십 pN·nm의 토크를 구현하였다.

 

 


[그림 8] 단방향으로 회전하는 나노모터가 도입된 DNA 터빈 시스템 

출처 : X. Shi et al., Nature Nanotechnology 19, 338 (2024)

 

마. 반복 운동이 가능한 트위저 구조

 

최근 RNA 중합효소를 이용하여 DNA 오리가미로 만들어진 트위저 구조를 반복적으로 작동시킨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그림 9). 이 나노모터는 18개의 DNA 가닥으로 구성된 길이 60나노미터 튼튼한 암(arm)이 양쪽에 존재하는 힌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힌지의 가운데에는 HaloTag을 이용하여 T7 RNA 폴리머라제를 부착하였다(파란색 원). 처음 장치가 열린 상태에서 탬플릿 DNA가 폴리머라제에 부착되면 전사(transcription)가 시작되며 반대쪽 암을 당기고, 이 힘으로 인해 힌지가 닫히게 된다. 탬플릿이 모두 전사되면 폴리머라제는 탬플릿을 분리해내고, 힌지는 열리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열리고 닫히는 과정을 계속 반복할 수 있다.

 


[그림 9] T7 RNA 폴리머라제를 이용한 DNA 나노모터  

출처 : M. Centola et al., Nature Nanotechnology 19, 226 (2024)

 

5. 결론

DNA 기반 나노모터는 DNA의 상보적 결합 특성을 이용해 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나노 구조체를 제작하고, 상보적 DNA 가닥의 결합과 분리, 온도, 이온농도 등의 외부 환경 변화, 효소 기반의 화학반응 등 다양한 작동원리를 통해 구동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직선 또는 회전운동이 가능한 모터 단백질의 크기 및 성능에 상응하는 DNA 기반 나노모터들이 보고되었으며, 성능 및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나노모터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매커니즘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나노모터의 구조 설계 및 작동 방식의 최적화를 위해 분자동역학(molecular dynamics) 시뮬레이션과 같은 전산해석 기법을 함께 활용하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분자 수준에서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DNA 나노모터의 개발을 통해 단분자 검출, 약물 전달, 유전자 치료, 나노 규모에서의 제조 등의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