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술] “항암제도 상처치료제도 쏙쏙 전달”.. 무독성 하이드로젤 개발
말랑말랑한 단백질 ‘젤’에 약물 넣어 원하는 부위에만 약효가 퍼지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UNIST 생명과학과 강세병 교수팀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주진명교수, 신소재공학과 차채녕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자가 가교형 단백질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단백질 하이드로젤은 약물을 오랜 기간 국소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첨가제로 인해 독성은 최소화돼 암 치료와 상처 치유 등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드로젤을 이용한 약물전달 기술은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천천히 배출되도록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이드로젤 내부에 그물처럼 이어진 ‘가교 결합’(crosslinking)이 분해되면서 안에 갇혀 있던 약물이 점진적으로 방출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가교제를 넣지 않아도 체내에서 단백질끼리 가교 결합을 만들 수 있는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 단백질 자체는 인체에 무해한 재료지만, 가교 결합을 위해 넣는 화학 가교제가 세포 독성을 유발하는 한계를 극복한 것. 또 단백질 하이드로젤의 주재료로 증식세포핵항원 단백질을 사용해 면역 염증 반응도 억제했다. 실제 개발된 하이드로젤을 주사로 쥐에게 주입했을 때 면역 염증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이드로젤에 항암제(독소루비신), 상처 치유 성장인자(PDGF-BB)를 넣어 약물 전달 성능을 검증한 결과, 유방암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상처 재생을 빠르게 했다.
광열 항암치료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광열치료는 암세포를 쪄 죽게하는 치료법으로 종양 주위에서 빛을 받아 발열효과를 내는 광민감입자를 투여한다. 개발된 하이드로젤은 이 광민감입자를 가둬 종양 부위에 열이 집중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강세병 교수는 “새로 개발된 자가 가교형 단백질 하이드로젤은 다양한 치료제를 주입 부위에 맞춤형으로 전달하거나 가둘수 있는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엄수민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구조적으로 다양한 단백질을 이용해 생의학적 응용에 적합한 단백질 하이드로젤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즈(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지난달 21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사업, 중견연구와 대학중점연구소 (세포간 신호교신에 의한 암제어 연구센터),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In situ forming and self-crosslinkable protein hydrogels for localized cancer therapy and topical wound healing)
연구 결과 개요
1. 연구배경
하이드로젤은 3차원(3D)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가교된 고분자 물질로, 특히 단백질 기반 하이드로젤은 엘라스틴, 콜라겐, 젤라틴, 실크와 같은 단백질이나 폴리펩타이드를 활용해 제작된다. 이러한 단백질 하이드로젤은 조절 가능한 생화학적 및 기계적 특성 때문에 상처 치유, 3D 세포 배양, 조직 재생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단백질 하이드로젤은 물리적 가교나 화학적 가교제를 통해 생성되는데, 화학적 가교제는 잔류 독성 물질을 남길 위험이 있어 생체의학적 적용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적 가교제가 필요 없는 자가 가교형 단백질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
2. 연구내용
본 연구팀은 화학적 가교제의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pyCatcher/SpyTag (SC/ST) 단백질 결합 시스템을 활용하여 자가 가교형 단백질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 SC는 13 kDa 크기의 단백질이며, ST는 1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로, 서로를 인식해 비가역적 이소펩타이드 결합을 형성한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단백질에 융합될 수 있으며, 별도의 화학적 처리가 필요 없이 안정적인 하이드로젤을 생성할 수 있다.
연구팀은 외부 단백질에 대한 면역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식세포핵항원(PCNA)을 스캐폴드 단백질로 선택했다. PCNA는 DNA 복제와 수리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고리형 삼량체 구조를 가지며, 이 구조는 자연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연구진은 ST를 PCNA 삼량체에 융합하고, SC를 두 개 연결한 이량체를 제작하여 두 단백질을 혼합했을 때 자가 가교를 통해 3차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하이드로젤을 개발하였다. 이 단백질 하이드로젤은 화학적 가교제가 없어도 안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구조를 가진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 하이드로젤을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평가하기 위해 항암제, 광민감제, 성장인자와 같은 다양한 약물을 하이드로젤 내부에 포함시켰다. 하이드로젤이 점진적으로 분해됨에 따라 가둬진 약물이 일정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방출됨을 확인하였다. 특히, 단백질 하이드로젤을 국소 주입했을 때, 염증 반응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하였고, 주입된 하이드로젤이 포함하고 있는 치료 약물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치료 효과를 확인하였다.
항암제 (Doxorubicin)를 포함한 하이드로젤을 종양 부위에 국소 주입했을 때, 항암제가 지속적으로 방출되어 부작용 없이 종양 성장 속도를 억제하였다. 또한, 광민감제 (Indocyanine green)를 포함한 하이드로젤은 주입 부위에서 고농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레이저 조사 시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종양 성장이 효과적으로 억제되었다. 상처 치유를 위한 연구에서는 성장인자 (PDGF-BB)가 포함된 하이드로젤을 상처 부위에 도포 하자, 하이드로젤이 상처를 효과적으로 덮으며 조직 재생이 촉진됨을 확인하였다.
3. 기대효과
본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자가 가교형 단백질 하이드로젤이 암 치료와 상처 치유를 위한 국소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화학적 가교제를 사용하지 않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생체의학적 응용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1. 자가 가교형 단백질 하이드로젤의 생성 원리 및 국소 치료 증진효과 [사진=UNIST]
ST이 융합된 고리형 삼량체 PCNA (ST-PCNA) 단백질을 핵심 단백질 빌딩 블록으로 사용하고, SC 두 개를 연결해 아령형 이량체 (SC-SC) 단백질을 연결 요소로 사용함. ST-PCNA와 SC-SC를 단순히 혼합하는 것만으로, 화학적 가교제 없이 자가 가교된 단백질 하이드로젤 (2SP hydrogel)이 형성됨. 주입 가능한 2SP 하이드로젤은 국소 치룔를 위한 새로운 생체적합성 스캐폴드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줌.
그림2. 국소 치료용 생체적합 단백질 하이드로젤 [사진=UNIST]
A) 주입된 2SP hydrogel에 의해 염증 반응이 관찰되지 않음
B, C) 항암제 (Doxorubicin)을 포함한 2SP hydrogel의 지속적인 약물 전달에 의한 항암효과를 나타냄
D, E) 광민감제 (Indocyainine green)을 포함한 2SP hydrogel의 레이저 조사 시 온도 상승과 광열 치료를 통한 종양 억제 능력을 보여줌
F, G) 성장인자 (PDGF-BB)를 포함한 2SP hydrogel이 상처 부위에 도포된 이후, 전달된 약물에 의해 조직 재생이 촉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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