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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술

[전문기술] 뽕나무 추출물로 암세포 성장을 저해한다

by 과학 몰빵 입수 ( 과몰입) 2024. 10. 23.

[전문기술]  뽕나무 추출물로 암세포 성장을 저해한다

 

 

치료기술의 발달로 암 생존율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암에서 전이, 재발, 항암제 내성, 항암제 부작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고형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이하 생명연) 화학생물연구센터 성낙균 박사 연구팀은 동국대 이경 교수팀과 함께 우리나라 자생식물인 뽕나무 뿌리 추출물에서 고형암이 저산소 상황에서도 생장할 수 있게 하는 단백질을 제어하는 신규 항암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천연물 기반의 낮은 독성으로 항암치료에 따른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암의 70~80%를 차지하는 고형암은 단단한 형태의 악성 종양으로 폐, 간, 대장 등 여러 신체 장기에서 발병한다. 고형암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종종 암의 중심부에 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며, 이로 인해 저산소증이 발생한다. 

저산소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일반 세포의 상당수가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멸하는 데 반해 종양 세포는 저산소 상태에서도 성장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HIF-1α(Hypoxia-inducible Factor 1 Alpha) 단백질이다.

HIF 단백질은 산소가 충분할 때는 체내에서 분해되지만, 저산소 환경에서는 분해되지 못하고 농도가 높아진다. 고형암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HIF-1α 단백질이 과다 발현하며 사멸을 막아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항암 표적 단백질로서 HIF-1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뽕나무 뿌리 추출물 모라신-오(Moracin-O)에서 HIF-1α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는 효과를 확인하고 이를 활용한 신규 항암물질 ‘MO-2097’을 발굴했다.

연구팀은 이전의 연구에서 HIF-1α의 발현을 조절하는 인자로 hnRNPA2B1 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하였다. 이후 다양한 천연물에서 HIF-1α의 억제 가능성을 살펴 모라신-오 구조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한 물질 MO-2097이 hnRNPA2B1과 결합해 HIF-1α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번에 개발한 MO-2097는 3D 스페로이드 모델 및 대장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항암 효과를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제브라피쉬, 마우스 등의 동물모델에서는 낮은 독성을 나타내며 새로운 치료물질로서의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책임자인 생명연 성낙균 박사는 “MO-2097은 암세포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이 적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며, “HIF-1α를 타겟으로 하는 항암제 연구를 위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Advanced Research(IF 11.4) 10월호에 게재되었으며, (논문명 : HIF-1α inhibition by MO-2097, a novel chiral-free benzofuran targeting hnRNPA2B1 / 교신저자 : 생명연 성낙균 박사, 동국대 이경 교수 / 제1저자 : 생명연 한호진 박사, 동국대 애니쉬 연구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단연구지원사업 및 이공학학술연구기반구축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사업,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연 구 결 과 개 요

□ 연구배경

 ○ 2023년 한국의 사망률 1위는 암으로 과거에 비해 다양해진 치료 방법으로 인해 치료 가능성이 향상된 암의 종류가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암에서 전이, 재발, 항암제 내성, 항암제 부작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치료의 제한이 있고, 예후가 좋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 암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고형암은 단단한 모양의 악성 종양으로 폐, 간, 대장 등 여러 조직에서 발병하는 암이다. 고형암의 경우, 암이 체내에서 성장하는 동안 종종 암의 중심부에 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며, 이로 인해 저산소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저산소 상황에서 크게 영향을 받는 단백질이 HIF-1α이다. HIF-1α 단백질은 산소가 풍부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분해되지만,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분해되지 않고 남아 다양한 암세포의 대사, 전이 관련 단백질의 전사인자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저산소 상황에서 HIF-1α에 대한 내용의 연구로 2019년 William G. Kaelin Jr., Sir Peter J. Ratcliffe, and Gregg L. Semenza 가 노벨상을 수상하였으며, HIF-1α의 조절을 통한 항암효과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HIF-1α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방법으로 HIF-1α 단백질 자체의 발현을 억제하는 방법, 해당 유전자의 mRNA를 조절하는 방법, 단백질의 전사기능을 저해하는 방법, 단백질의 안정성이나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현재까지 상용화된 약물은 없다.

 ○ 선행연구를 통해 본 연구진은 HIF1A 유전자의 mRNA에 결합하여 mRNA를 안정화하고 단백질의 발현에 도움을 주는 hnRNPA2B1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하였고, 이를 표적하는 천연물질을 스크리닝하여 보고한 바 있었다(Soung NK et al., 2019 EMM). 하지만 해당 약물의 경우 약효, 물성, 합성수율 등의 문제로 동물실험 등 추가연구가 제한이 있었다. 특히 약물의 구조적 이성질체 형성은 약효를 매우 저해하는 작용을 하며 약물 개발의 힘겨운 원인으로 작용했다.

□ 연구내용

 ○ 본 연구진은 HIF-1α의 억제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천연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물질을 탐색하였고 모라신-오(Moracin-O)라는 물질을 뽕나무 뿌리 추출물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 천연물질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물질을 찾을 수 있었지만, 물질의 구조적 특이성과 추출과정의 힘겨운 과정을 극복하고자 모라신-오를 기반을 신규 구조의 변형체를 개발하고자 노력하였다. 

 ○ 그 과정에서 약물과 결합하는 단백질인 hnRNPA2B1를 찾았고, 이 단백질이 HIF1A의 mRNA와 결합하여 전사를 조절하는 것을 밝힐 수 있었으며, 이 과정을 억제하는 모라신-오의 작용기전을 밝힐 수 있었다. 

 ○ 최종적으로 선별된 MO-2097의 항암 효능이 hnRNPA2B1과의 직접적인 결합에 의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ITC assay와 biotin pulldown assay를 수행하였으며, 실험 결과 MO-2097이 hnRNPA2B1과 직접 결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다음 단계로, MO-2097이 hnRNPA2B1과 결합함으로써 이 단백질을 조절하여 HIF1A mRNA와의 결합을 억제하고, 그 결과 HIF-1α의 전사를 억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Transcription and Translation Assay를 진행하였다. 실험 결과, MO-2097이 HIF-1α의 전사를 억제하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어서, 단백질 전사의 억제를 통해 HIF-1α가 관여하는 암세포의 대사와 전이에 관련된 유전자, 특히 HK1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는지를 qPCR로 분석하였으며, 유전자 수준에서 억제가 일어남을 확인하였다.

 ○ 2D 암세포를 배양할 때 저산소 환경을 유도하려면 특정 약물인 코발트 클로라이드 처리가 필요하거나, 저산소 인큐베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보다 생리학적으로 적합한 저산소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탐구하고자 하였으며, 3차원 배양을 통해 암세포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저산소 상태를 유발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MO-2097이 3D 스페로이드에서 저산소가 발생하여 HIF-1α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과량 축적되는 스페로이드 중심부에서 직접적으로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현상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MO-2097이 표적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이러한 표적 항암물질의 효과가 동물 실험에서도 검증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xenograft assay를 진행하였다. 실험 결과, MO-2097이 대장암 기원 세포의 마우스 내 성장을 성공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MO-2097의 항암 효능이 동물 모델에서도 유효함을 입증하였다. 

 ○ 마지막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법의 접근 방식으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를 이용하여 MO-2097의 항암 효능이 실제 암 환자에서도 동일한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검증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대장암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에서 MO-2097이 hnRNPA2B1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HIF-1α단백질과 HK1 단백질의 억제를 유도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로써 MO-2097이 실제 암 환자에서도 유사한 작용을 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연구성과의 의미

 ○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HIF-1α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 물질을 개발하였으며, 해당 신약 후보 물질을 통해 고형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MO-2097은 hnRNPA2B1과의 결합을 통해 HIF-1α의 전사를 억제하고, 암세포의 대사와 전이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발휘하였다. 이를 통해 MO-2097이 고형암 치료에서 효과적인 표적항암제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

1. 이전 연구에서는 자연 유래 화합물인 moracin-O와 그 유도체가 HIF-1α억제제로 발견되었으나, 이들은 구조가 복잡하고 합성 과정에서 비대칭성(chirality)이 문제가 되었다. 

2. 반면, MO-2097은 비대칭성이 없는(chiral-free)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합성이 더 간단하고 효율적입니다. 이는 화합물의 합성 및 대량 생산에서 큰 이점을 제공한다.

3. HIF-1α 억제제가 개발되었지만, MO-2097은 더 강력한 HIF-1α 억제 효과를 보였다. 특히, MO-2097은 hnRNPA2B1 단백질과의 결합력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이를 통해 HIF-1α 단백질의 축적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hnRNPA2B1은 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 단백질을 타겟으로 한 억제 메커니즘이 더욱 정밀하고 효율적이다.

4. 이전 연구에서 사용된 몇몇 화합물은 독성이 높아 임상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MO-2097은 제브라피쉬 및 생체 내 마우스 모델에서 낮은 독성을 나타내며,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MO-2097은 암세포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이 적다는 점이 개선되었다.

5. 구조-활성 관계(SAR) 연구에서, MO-2097은 C-2 아릴 링 변형과 벤조푸란 링 구조를 최적화하여 HIF-1α 억제 활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전 연구에서는 이들 화합물의 구조적 복잡성이 문제였으나, MO-2097은 구조 단순화와 동시에 활성 증대 효과를 보여준다.

6. 이전 연구에서는 주로 시험관 내(in vitro) 실험에 그쳤던 반면, MO-2097은 생체 내(in vivo) 마우스 모델에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HIF-1α 억제를 통한 종양 크기 감소와 암세포 사멸(apoptosis)을 입증함으로써 임상 전 단계에서의 효능을 강화했다.

어디에 쓸 수 있나

이전 연구들은 대부분 2D 세포 배양 모델에서 HIF-1α 억제를 연구했지만, 본 연구에서는 환자 유래 3D 오가노이드 모델을 사용하여 MO-2097의 실제 암세포 억제 효과를 더 잘 반영했다. 이를 통해 MO-2097의 맞춤형 항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높였으며, 환자별 반응성을 검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또한, 기 확보된 환자유래 암오가노이드 시스템은 새로운 구조의 화합물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결과다.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은

본 연구는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가장 처음 단계로 볼 수 있다. 항암제를 비롯한 약물의 개발과정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전임상 시험이 가능한 최적화 물질을 확보하는 것을 현 단계에서 최종목적으로 한다면 2-4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의 과정도 쉽지 않겠지만, 기술이전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실용화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물질의 용해도와 약물이 갖는 기본적인 문제가 여전한 관계로 최적화 연구가 필수적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암조직 특이적 물질기반 나노입자 개발을 통해 물성과 활성을 개선할 수 있는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암의 발생을 중심으로 연구하던 연구자에서 새로운 직장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이직한 후 근무 부서인 화학생물연구센터 내에 새로운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항암물질분야 연구로 새로운 연구분야의 도전이 앞에 놓인 책무였다. 현재까지의 연구분야와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상황에서 처음에는 매우 쉽지 않은 과정으로 기억된다. 그러던 중 HIF1A를 타겟으로 물질을 개발 중인 이경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화학생물학 연구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차근차근 구축하며 격은 시행착오는 당시에는 어려움으로 기억되었지만, 15년 정도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는 새로운 배움으로 자리잡는 과정이 다르게 기억된다. 현재는 개발된 연구시스템이 화학생물연구분야에 필요한 시스템이 되었고, 그 것을 구축된 현재의 연구환경 자체가 연구를 시작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으로 선도물질을 도출하고 나면 물질의 단점이 먼저 눈에 보인다. 물성이 좋지 않고, 독성이 비교적 높고 약효가 좋지 않고 등등의 문제 제기는 대부분의 물질이 연구할 만한 가치가 없어 보이는 상황으로 만 비쳐졌던 기억이다. 

하지만, 몇 가지 실험만으로 물질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힘겹게 물질을 확보하고 구조를 분석한 화학부분 연구자들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아무 결과도 없는 상황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물질의 새로운 면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화학생물학 분야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과정을 통해 물질이 갖고 있는 신기한 기능을 찾아 냄으로써 비로소 물질이 갖는 새로운 가치를 연구자로서 부여하게 되는 의미 있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국내외의 연구 환경은 발전된 다양한 형태의 첨단 바이오가 각광받고 있지만, 화학생물 분야에서 항암물질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여전히 그 중요성이 높은 저분자 물질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항암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남고 싶다. 유행하는 분야로 발빠르게 변신하는 연구자도 물론 훌륭하지만, 화학생물분야에서 꾸준한 연구를 통해 암을 혁신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저분자 항암치료제 연구자가 되길 꿈꾼다. 또한, 발전하는 화학생물분야의 연구환경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활용할 수 있는, 클래식음악을 듣고 좋아하지만, 현대적인 악기와 기기도 다루고 접목할 수 있는 음악가와 같은 과학자가 되고자 노력 중이다. 

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

본 연구는 화학분야 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분야, 실험동물분야, 약물학 분야 등 다양한 연구분야의 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이다. 현대의 연구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복잡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구조화되고 있다.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나의 연구분야에 대한 집중과 더불어 타분야에 대한 관심과 함께 협력연구를 위한 적극적인 공동연구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성과에 심취하는 것은 작은 것에 만족하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