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 폭염에 습도 더해지면 사망률 높아져?…과학계 '갑론을박'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으면 불쾌지수가 올라가면서 건강한 사람도 버티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이 된다.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아지면 사망률도 올라갈까. 과학자들은 상반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여름철 높은 습도가 건강에 해롭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사망률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좀 더 세밀한 연구 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제인 볼드윈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이 습도에 대해 상반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기후 변화가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캘러헨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습도 논쟁은 현재 진행 중인 생생한 논쟁거리”라며 “습도가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명확히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습도 높으면 열 식히는 냉각 효과 떨어져
한국은 여름철 습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축축하고 무더운 날씨에 쉽게 지친다. 실제로 같은 온도면 습할 때 더욱 답답하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
신체 냉각의 약 75%는 공기 중 땀이 증발하면서 일어나기 때문에 대기 중 수분의 양이 많으면 땀이 증발하기 어렵다. 냉각 효과가 떨어지면서 몸의 열을 식히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볼드윈 교수는 국제학술지 ‘환경 보건 전망’에 생리학자들은 더운 날씨에 습도가 치명률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습도가 높아지면 안전한 수준의 심부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열사병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선 습도 영향 확인 안 돼
반대로 역학자들은 습도가 아닌 ‘온도’만으로도 무더위의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습도 데이터를 추가해도 사망률 예측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벤 암스트롱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공중보건·환경·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9년 환경 보건 전망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4개국 445개 도시의 날씨와 사망률을 수십 년에 걸쳐 모은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서 습도와 사망률 사이에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국제 기후학 저널’에 실린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 글로벌 공동 연구팀의 대규모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도출됐다. 39개국 604개 지역에서 무더위로 인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습도를 포함한 열 스트레스 지수는 온도 단독 지표와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데이터 편향성 탓일 수도...추가 연구 필요
습도가 더위로 인한 사망률과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습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인간은 생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몸이 버티기 힘든 온도와 습도 조합이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물에 적신 천을 감싼 온도계로 재는 온도인 ‘습구 온도’가 35℃를 넘어서면 심부 온도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이론도 있다.
높은 습도와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한 연구 결과들은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시원한 북반구 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관측소의 온도 및 습도 데이터만으로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이러한 연구들의 한계다.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을 땐 시원한 실내에 머무는 경향이 있어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울 땐 땀 배출 능력이 낮은 노인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점은 습도와 사망률이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습도가 올라가면 노인처럼 땀 배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 습도와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이 데이터 관점에서는 불분명한 만큼 명확한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나날이 무더워지고 있는 날씨에 대비할 수 있도록 습도가 폭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통일된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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