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술]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전문기술]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과 김종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뇌척수액이 배출되는 새로운 주요 경로를 발견해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약물을 이용해 뇌척수액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뇌는 대사활동 중에 발생한 노폐물을 뇌척수액을 통해 체외로 배출한다. 이렇게 생성된 노폐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뇌에 쌓이게 되면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기억력 감퇴나 치매와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뇌척수액을 통한 노폐물의 배출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뇌척수액 배출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관련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최근에서야 뇌척수액이 배출되는 정확한 경로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윤진희 선임연구원, 진호경 연구원 연구팀은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통로가 코 뒤쪽에 있는 비인두 점막에 넓게 분포하는 림프관망이라는 것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뿐만 아니라 귀밑샘에서 시작되는 림프관망과 연결된 목 림프관을 발견하고, 이를 수축 및 이완시켜 뇌척수액의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뇌 속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BS 혈관 연구단은 2019년 뇌 후방부위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을 통해 목 부위 안쪽 림프절로 배출되고, 노화에 따라 림프관이 퇴화하면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Nature).
그러나 아직까지 뇌의 앞부분과 중간 부분에 있는 뇌척수액이 빠져나가는 길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뇌의 앞쪽과 중간 부위 뇌척수액이 코 뒤쪽으로 연결된 인두 점막 내 림프관을 타고 흘러가 목 주변의 림프관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림프관에만 선택적으로 형광 물질을 발현하는 생쥐 모델과 생체 내 영상 촬영 기술 등 첨단 시각화 기술을 이용해 뇌척수액이 빠져나가는 경로를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두 부위에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림프관망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뇌와 몸 사이의 노폐물이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노화된 생쥐의 비인두 림프관망이 심하게 변형되어 뇌척수액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노화된 생쥐의 목 림프관에 큰 변형이 없다는 점과 대비된다.
목 림프관은 둥근 모양의 평활근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고, 일정한 간격으로 판막이 있어서 뇌척수액이 뇌 속에서 바깥으로 원활하게 흐를 수 있다.
나아가 연구팀은 평활근 세포를 조절하는 약물이 목 림프관의 수축과 이완을 유도해 뇌척수액의 배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 바깥에서 뇌척수액이 빠져나가는 통로를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신경혈관 생리학자인 윤진희 선임연구원은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경로를 밝혀낸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뇌 속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빈인후과 전문의이자 의사이자 과학자인 진호경 연구원은 "비인두 림프관이 노화와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된 뇌척수액 배출 기능에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실제 환자들에게서 비인두 림프관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로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비인두 림프관망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한 것은 물론, 뇌척수액의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1월 11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