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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학

[생활과학] AI가 찾은 약물로 2년째 생존중인 희귀질환자

by 과학 몰빵 입수 ( 과몰입) 2025. 2. 7.

[생활과학] AI가 찾은 약물로 2년째 생존중인 희귀질환자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해 호스피스 시설에 입소하게 된 희귀질환자가 인공지능(AI)이 찾아낸 기존 시판 약물로 치료 효과를 보며 2년 넘게 생존 중인 사례가 보고됐다. 완전히 회복할 경우 AI 예측 시스템이 인간의 생명을 구한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데이비드 파젠바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이 참여한 펜실베이니아 페렐만의대 연구팀은 희귀질환인 캐슬만병 환자에게 기존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승인된 아달리무맙을 투여한 결과 환자가 2년 동안 거의 완전한 관해(증상이 거의 소멸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5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캐슬만병은 면역작용에 관여하는 림프절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희귀질환이다. 전신에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폭풍 질환으로 치료법이 제한적이다. 특히 원인불명의 다발성 캐슬만병(iMCD)은 생존율이 낮고 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5000명이 캐슬만병을 진단받는다. 한국의 캐슬만병 환자 수는 약 700~1000명 내외로 추산된다.

 

치료 대상이 된 환자는 다발성 캐슬만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미 여러 치료법이 실패했고 호스피스 완화의료 처치를 앞둔 상태였다. 연구팀은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하기 위해 AI 도구를 활용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4000여 개의 기존 약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항류마티스제인 아달리무맙이 캐슬만병 치료에 효과적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약물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아달리무맙이 억제하는 종양괴사인자(TNF)가 캐슬만병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치료를 진행했다. 앞서 중증 캐슬만병 환자의 면역세포를 분석한 결과 TNF 신호가 전달되는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았으며 면역세포가 TNF를 과도하게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NF를 억제하는 아달리무맙을 사용하면 캐슬만병의 증상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한 것이다.

 

실제로 아달리무맙을 투여한 환자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환자는 거의 완전한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파젠바움 교수는 "이 환자는 호스피스 치료에 들어가기 직전이었지만 현재는 증상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단순히 한 명의 환자를 살린 것을 넘어 AI를 활용한 희귀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미 승인된 약물을 새로운 질환 치료제로 활용하는 전략을 ‘약물 재창출’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질병이라도 공통적인 유전자 변이 혹은 분자적 메커니즘을 공유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 약물을 새로운 치료제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AI 플랫폼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개발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플랫폼을 개발한 천위 마 연구원과 데이비드 코슬리키 교수는 "AI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혁신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끈 파젠바움 교수는 자신이 캐슬만병을 앓고 있기도 하다. 10년 전 스스로 연구한 끝에 기존 약물을 활용해 병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 그는 "매년 수백, 수천 명의 캐슬만병 환자가 치명적인 질환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이 새로운 치료법의 혜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젠바움 교수 연구팀은 향후 AI 기반 약물 재창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또 다른 기존 약물인 야누스키나제1/2(JAK1/2) 억제제가 캐슬만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 nejm.org/doi/abs/10.1056/NEJMc2412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