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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학

[생활과학] [우주생물학을 만나다] 토성의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by 과학 몰빵 입수 ( 과몰입) 2023. 9. 13.

[생활과학] [우주생물학을 만나다] 토성의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외계행성에 생명체가 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우주선을 타고 갈 수 있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정말 바라는 꿈이기도 하지만, 아직 현시대의 기술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 대신 현재는 무인 우주 탐사선을 쏘아 올린 뒤 탐사선에 장착된 여러 가지 고성능 센서들로 해당 행성의 특성을 파악하여 그곳이 생명체가 살만한 환경인지 확인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NASA는 오래전부터 행성들을 연구하기 위해 많은 우주 탐사선을 쏘아 올렸습니다. 그중 카시니호는 1997년에 토성을 관측하기 위해 발사된 탐사선입니다. 얼마 전인 2023년 6월, 과학 분야 최고 저널인 Nature에 카시니호의 관측 도중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중요 물질인 인(phosphates)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정말로 생명체가 사는 걸까요?

 

엔셀라두스는 토성의 위성 중 6번째로 큰 위성이지만, 크기가 달의 7분의 1 정도입니다. 엔셀라두스는 특이하게도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모행성인 토성의 중력이 만든 강한 마찰열 때문에 지하에 얼음이 녹아서 생긴 바다가 존재합니다. 과학계는 엔셀라두스의 바다 깊은 곳에는 마찰열로 생긴 뜨거운 물이 샘솟는 ‘열수 분출구’도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엔셀라두스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출처: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 

 

 과학자들은 처음에 이 위성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엔셀라두스의 표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둥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이 수증기라는 것이 확인된 후로 엔셀라두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수증기가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말은 엔셀라두스 표면의 두꺼운 얼음을 파고 내려갈 필요 없이 바깥에서 엔셀라두스 바다의 조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엔셀라두스 관측에 사용된 카시니호에는 Cassini’s Cosmic Dust Analyzer(CDA)라는 최첨단 장비가 장착되어 있는데, CDA는 우리가 단백질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질량분석기(Mass spectrometer)의 원리와 유사합니다. 다만 이 장치는 초당 하나의 입자만 감지할 수 있으며 감지된 입자의 전하, 속도, 비행 방향, 질량 및 화학 조성 등 기존의 질량분석기 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CDA는 혈액 세포보다 작거나 연기를 구성하는 입자와 비슷한 크기인 천분의 일 밀리미터 크기 수준의 입자를 감지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납니다.

출처: Srama, Ralf, et al. ,2004 

출처: Postberg, Frank, et al., 2023 

 

카시니호는 엔셀라두스 주위를 돌며 엔셀라두스의 간헐천에서 분출되는 물기둥의 성분을 채취하여 CDA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전 연구들에서 연구진들은 카시니호가 엔셀라두스에 접근할 때 잡아낸 얼음 입자 상태의 물기둥인 간헐천에서 Na+, K+, Cl–, HCO3–, CO32–와 같은 물질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생명체의 물질대사에 필수 요소들이며, 다양한 체내의 구성 물질로 사용되는 물질들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엔셀라두스의 얼음 지각 아래 바다에 인이 녹아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인은 염색체와 DNA를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이며, 뼈와 세포막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생명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그리고 ATP와 같이 생명체에서 에너지를 운반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전 연구에서는 이러한 인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이 산소 원자 4개와 인 원자 1개로 이루어진 인산염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왔습니다. 또한 이러한 인의 농도가 지구 바다의 최소 100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엔셀라두스에는 위와 같이 인을 포함한 생명체를 이루는 필수 구성 성분들이 많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깊은 바닷속에선 열수 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열수는 여러 물질대사가 일어나게끔 작용하여 생명체가 탄생해서 번성할 수 있는 열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하지만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엔셀라두스의 바닷속 생명체의 존재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당 연구의 한 연구원은 이러한 발견은 “우주생물학의 관점에서 놀라운 발견”이라면서도 “이번에 발견된 인이 외계 환경의 생명체에게 충분한 양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B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