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 꽃과 꿀로 '디저트' 즐기는 늑대
늑대 종류 중 일부는 먹이를 먹고난 후 꽃과 꿀을 간식처럼 먹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늑대의 행동은 식물의 수분을 도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학계에 따르면 산드라 라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20일 국제학술지 '생태학회지'에 발표했다. 앞서 북미 회색 늑대가 블루베리를 섭취하는 모습이 관찰됐지만 맛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혹한기에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힘을 얻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늑대가 단지 맛을 위해 꿀을 섭취한다는 연구는 그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라이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에티오피아 늑대의 주둥이가 끈적끈적한 노란색 꽃가루로 뒤덮여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늑대가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하는 첫 대형 육식동물일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 늑대는 본래 두더지 같은 포유류와 설치류를 주식으로 삼는다. 라이 교수는 "늑대는 마치 아이스크림 콘처럼 꽃을 핥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꽃과 꿀을 좋아하는 늑대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23년 5월 말부터 나흘 동안 6마리의 에티오피아 늑대를 관찰했다. 모든 늑대가 꿀을 맛봤지만 특정 늑대에게서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습성이 관찰됐다. 무리에 속한 한 암컷 늑대는 꽃밭에서 한 시간 반 동안 꽃을 30송이나 핥았다.
늑대는 매우 큰 동물인 만큼 꿀이 의미있는 영양 공급원이 되진 않는다. 연구팀은 늑대가 달콤한 꿀을 오로지 즐기기 위해 섭취한다는 '디저트 가설'을 세웠다. 에티오피아 늑대 보호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에 따르면 늑대들은 종종 고기를 사냥한 후 간식으로 꽃을 찾는다는 보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늑대가 나비와 꿀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늑대가 꿀을 먹는 행동은 식물에게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늑대는 때때로 흥분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며 "새나 곤충에 비해 꽃에게 더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멸종 위기에 처한 에티오피아 늑대의 생태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생에 500마리 미만이 남아있는 종인 만큼 에티오피아 늑대와 이들의 간식인 식물종 보호를 위해 세심한 보호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라이 교수는 "에티오피아 늑대의 꽃 섭취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상호작용"이라며 "이는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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