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수면 부족, 포도당 대사 장애 일으켜...“오글루넥 사이클 균형 유지해야”
국내 연구진이 생쥐 모델 실험을 통해 만성 렘수면 부족(chronic REM sleep deprivation)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와 함께 글루코사민(GlcN) 치료가 인지 기능 장애나 신경염증 등의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하의대 의생명학과 연구팀(김동열·김상민·인옥한)은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 ‘신경염증 저널(Journal of Neuroinflammation)’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 두 단계로 구분된다. 렘수면은 깊은 잠이 들어 포도당 소모가 줄어든 상태와 달리,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꿈을 꾸는 등 각성 상태와 비슷한 수준으로 신진대사가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특히 렘수면이 부족하면 학습·기억 기능이 저하되고,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만성 수면 부족을 겪으면 뇌의 포도당 흡수가 10~20% 줄고, 학습·기억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 대사도 망가질 수 있다.
하지만 만성 수면 부족으로 발생한 뇌의 포도당 대사 장애와 알츠하이머병 발병 간 메커니즘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과 오글루넥(O-GlcNAc) 사이클 사이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포도당에서 만들어지는 단당인 오글루넥은 ‘OGT(O-GlcNAc transferase)’와 ‘OGA(O-GlcNAcase)’ 두 가지 효소로 조절된다.
OTG는 포도당 대사의 2~5%를 차지하는 헥소사민 생합성 경로(hexosamine biosynthetic pathway, HBP)가 생성한 ‘UDP-GlcNAc’에서 오글루넥의 이동을 촉진한다. 이는 타우 인산화 및 응집 등 알츠하이머병 유발 요소를 억제하는 ‘오글루넥 당화(O-GlcNAcylation)’의 기본 물질이 된다.
반면에 OGA는 이를 억제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단백질들의 응집에 관여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지주사 노보 홀딩스는 OGA 억제제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 개발 바이오텍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28일간의 실험을 통해 만성 렘수면 부족 상태인 생쥐 뇌의 해마 및 피질 영역에서 오글루넥 당화가 현저하게 줄어든 반면 아밀로이드 베타와 인산화된 타우의 침착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또 신경세포막 수상돌기의 길이가 줄어들고 밀도 역시 감소하는 것을 관찰했다. 생쥐의 미세아교세포에서는 오글루넥 당화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변화는 글루코사민 치료를 통해 오글루넥 당화가 강화되면서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오글루넥 당화 감소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실험군 중 일부에게 매일 글루코사민을 투여했다. 그 결과 정상 대조군과 글루코사민을 투여한 실험군은 학습·기억 기능을 유지했지만, 그렇지 않은 실험군은 학습 능력이 저하되고 기억력이 떨어졌다.
이는 글루코사민을 보충할 경우 만성 수면 부족으로 유발된 기억 장애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항염증제로 쓰이는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이 만성 수면 부족에 따른 알츠하이머병 발병 요인을 억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실험군에 매일 미노사이클린을 투여한 결과 성상교세포 및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가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생쥐 뇌에서 만성 수면 부족에 의한 오글루넥 당화 감소가 크게 회복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또 인산화된 타우 수치 증가가 완화되고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OGT 과발현을 일으킨 생쥐에서도 만성 수면 부족에 따른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억제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오글루넥 사이클의 조절 장애가 만성 수면 부족이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 병리의 기초가 되며, 오글루넥 당화의 회복은 신경 퇴화를 방지한다”고 결론지었다.
또 “최적의 뇌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뇌에서 정상적인 오글루넥 사이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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